神弓은 없다, 과학만이 있을 뿐… 개봉 1주만에 200만 돌파 ‘최종병기 활’ 영화속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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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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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궁… 화살에 3개 깃털 달아 저항 발생, 명중률 높여아기살… ‘덧살’이 총신 역할, 작고 빨라 총알 같아淸육량시… 일반 화살촉 무게의 24배, 어지간한 나무판 관통

‘최종병기 활’의 주인공 남이(박해일)가 활을 당겨 과녁을 겨누고 있다. 국궁의 화살 깃은 꿩의 깃털로 만든다. 깃털 특유의 구부러짐 때문에 화살은 날아가며 저절로 회전해 바람에 잘 흔들리지 않는다.
‘최종병기 활’의 주인공 남이(박해일)가 활을 당겨 과녁을 겨누고 있다. 국궁의 화살 깃은 꿩의 깃털로 만든다. 깃털 특유의 구부러짐 때문에 화살은 날아가며 저절로 회전해 바람에 잘 흔들리지 않는다.
“전추태산(前推泰山) 발여호미(發如虎尾).”

왼손으로 활을 태산을 밀듯 받쳐 쥐고 오른손으로 활줄(시위)을 호랑이 꼬리처럼 비틀어 쏘자 강한 회전이 걸린 화살은 곡선을 그리며 장애물을 피해 적을 뚫는다.

지난주 개봉한 뒤 한 주 만에 누적관객 2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최종병기 활’의 주인공인 조선 신궁(神弓) ‘남이’는 신출귀몰한 활쏘기 기술로 혼자서 수십의 적을 상대한다. 하지만 남이의 진정한 능력은 마구처럼 화살이 물체를 피해가도록 하는 ‘곡사(曲射)’가 아니다. 다양한 물리적 특성을 가진 화살을 상황에 맞게 정확히 쏠 수 있는 응용력이다.

○ 회전하는 화살이 멀리, 정확히 간다

청나라 영토에서 쫓기던 남이는 자신의 화살을 모두 사용하자 청나라 장수의 화살을 꺾은 뒤 끝을 뾰족하게 깎아 아기살을 만든다. 아기살은 작고 가벼워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
청나라 영토에서 쫓기던 남이는 자신의 화살을 모두 사용하자 청나라 장수의 화살을 꺾은 뒤 끝을 뾰족하게 깎아 아기살을 만든다. 아기살은 작고 가벼워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
남이가 사용하는 국궁은 굳이 비틀어 쏘지 않아도 화살에 시계방향의 회전이 걸린다. 국궁의 화살은 뒷부분의 홈인 ‘오늬’에 시위를 끼워서 쏘는데, 오른손잡이 사수가 시위를 당기면 팔 근육의 특성상 화살은 약간 반시계 방향으로 돌게 된다. 이때 시위를 놓으면 줄이 원래대로 돌아가며 화살에 시계방향의 회전을 걸어준다.

적당한 공기저항을 발생시켜 화살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지 못하게 하는 ‘깃’도 화살을 회전시킨다. 전통 화살은 대개 3개의 깃을 붙이며 꿩 같은 새의 깃털을 사용한다. 그런데 깃털은 원래 약간 휘어 있기 때문에 깃털의 방향에 따라 화살이 회전하는 방향이 정해진다. 예를 들어 꿩의 오른쪽 날개 깃털을 화살대에 붙일 때 깃무늬(바깥쪽)가 왼쪽에 오도록 하면, 화살은 무늬가 없는 쪽(시계방향)으로 회전하게 된다. 그래서 화살 장인은 깃의 방향을 고려해 오른손잡이용 화살과 왼손잡이용 화살을 만든다.

궁수나 장인이 화살을 회전시키려는 이유는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삼현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는 “회전하는 팽이가 균형을 잘 잃지 않듯 회전하는 화살은 화살 자체의 흔들림이 적고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다”며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가는 화살이 궤적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곡사’는 설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 화살 특성 따라 힘-속도 조절해야

청나라 장수 주신타(유승룡)가 끝이 넓적하고 큰 육량시로 남이를 겨누고 있다. 육량시는 화살촉이 일반 화살보다 무거워 쏘는 데 강한 힘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파괴력이 크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청나라 장수 주신타(유승룡)가 끝이 넓적하고 큰 육량시로 남이를 겨누고 있다. 육량시는 화살촉이 일반 화살보다 무거워 쏘는 데 강한 힘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파괴력이 크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곡사’라는 설정이 아니더라도 남이의 궁술은 약하지 않다. 처음 쏴보는 화살이라도 그 특성에 맞게 정확히 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남이는 화살이 떨어지자 청나라 장수의 화살도 사용하는데 무작정 쏘지 않는다. 화살대의 길이와 화살촉의 무게에 따라 활 쏘는 법을 변화시킨다.

적장이 쓰는 육량시는 화살촉의 무게만 240g(6냥)이다. 일반 화살촉(10g)보다 훨씬 무거워 어지간한 나무판은 간단히 뚫고 지나갈 정도로 파괴력이 강하다. 무겁기 때문에 육량시를 쏠 때는 그에 맞는 크고 강한 활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활까지 바꿀 수는 없는 일. 남이는 육량시의 오늬를 잡고 흔들어 화살촉의 무게를 가늠한 뒤 자신의 활이 부러질 듯한 소리가 들릴 때까지 시위를 당겼다 쏜다. 무거운 만큼 강한 힘으로 쏴야 빠르게 날아가기 때문이다.

길이가 긴 청나라의 화살은 중간을 부러뜨려 끝이 뾰족한 ‘아기살(편전)’로 만들어 쓰기도 한다. 조선의 명품무기로 알려진 아기살은 작고 빨라 총알처럼 날아간다. 하지만 길이가 짧아 시위를 당기면 앞이 활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총의 총신 같은 역할을 하는 ‘덧살(통아)’이 필요하다. 남이는 대나무를 잘라 즉석으로 덧살을 만든다. 이 교수는 “화살이 작고 가벼우면 같은 힘으로 쏴도 더 빠르게 난다”며 “쇠촉이 없어도 가까운 거리에선 살상력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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